함께하는 수업, 포용을 배우다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사회와 의료현장에서의 리빙랩'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복지관과 협력하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예과에서 올해 개설한 전공선택 수업 '사회와 의료현장에서의 리빙랩'이 진행됐다. 가까운 미래에 의사가 될 학생들이 의료현장과 연결된 지역사회를 이해하고,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며 공감 능력과 자질을 향상해갈 수 있도록 학교에서의 수업과 복지관 현장 경험을 결합한 것이다. 복지관 현장에서의 수업 연계를 효과적으로 이루어가기 위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손호준 교수와 여러 차례 회의가 진행됐다. 의술의 바탕에 두어야 할 다양한 관점, 소통, 포용 등 인성 겸비에 관한 가치적 목표에 따라 총 7차례의 복지관 현장 수업 내용을 계획했다. 그리고 3월, 의예과 1~2학년 9명의 학생과 함께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의 특별한 수업을 시작했다.
"의술에 의한 기술자가 아닌 사회와 마음을 어루만지는 의사, 다양한 사고를 포용하는 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수업을 개설하고 싶었습니다.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배려와 수용의 폭을 넓혀갈 기회가 부족했을 학생들에게 이번 수업은 미래에 다양한 환자들과 소통하고, 편견 없이 진료할 수 있는 경험의 바탕이 될 것입니다." - 손호준 교수
관계 속에서 포용을 배우는 시간
3월에는 복지관에서 두 번의 단체 활동이 진행됐다. 첫 번째는 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이미경 재활의학과 전문의와 최미영 국장이 장애인 의료 및 재활서비스에 관한 학생들의 이해를 도왔고, 두 번째는 스누젤렌과 심리운동 등 복지관 프로그램을 체험해볼 기회를 제공했다.
그리고 4월부터 6월까지, 본격적으로 학생들과 장애인 당사자가 만나서 함께 활동에 참여하거나 함께 활동을 계획하며 관계를 쌓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성인 발달장애인 낮활동 프로그램 '푸르메아카데미' 당사자들과 함께, 취업을 꿈꾸는 직업적응훈련생과 보호작업장 훈련생과 함께 학생들은 각자 네 번의 만남을 통해 서로 다른 삶의 모습, 서로 다른 특성과 의사소통 방식을 이해하며 관계의 바탕에 무엇이 있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포용의 관점을 배웠다.
다양한 관점, 소통, 포용 등 인성 겸비에 관한 특별한 수업
"이번 수업의 키워드로 '함께'와 '관점'을 생각했습니다. 장애인 당사자와 '함께' 장애를 범주가 아닌 사람으로 먼저 서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랐고, 관계를 이끌어가며 공감 능력을 키우고 포용이 바탕 되는 관점을 갖게 하고 싶었습니다." -손호준 교수
관계를 이끌어가며 공감능력을 키우고 포용이 바탕이 되는 관점
6월 23일(금),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만난 장애인 당사자들과 수업에 함께한 사람들을 모두 초청하여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서 진행한 최종 활동회를 끝으로 '사회와 의료현장에서의 리빙랩' 수업이 의미 있게 마무리됐다. 소감과 평가를 나누면서 학생들은 자신이 가진 사회적, 윤리적 관점을 성찰하는 기회였음을 깨달았고, 수업을 이끌고 협력한 사람들은 의학 교육과정 초기의 인성 교육에서부터 성숙한 의료인으로의 성장이 시작된다는 것에 공감했다.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과 서울대학교가 협력하여 성공적으로 이룬 이 경험의 초석이 장애인 들이 살아가는 사회를 더욱 보통의 삶의 모습으로 만들어가는 데 기여하고, 앞으로 의료현장에서 만나게 될 따뜻한 의사의 모습을 기대하게 했다.
Mini interview
처음 만났을 땐 나와 다른 점이 돋보였어요. 또래라고는 하지만 어색하고, 의사소통도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만남을 거듭하며 점점 나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진해졌죠. 어린이대공원에 함께 간 날에는 놀이기구 탈 때 약간의 무서움 뒤 큰 즐거움이 있다는 것에 공감했고, 산책하며 꽃의 종류를 찾아볼 땐 나만큼이나 호기심이 많다는 걸 알았어요. 친해지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며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고, 나를 편하게 대해줄 땐 기쁘기도 했어요. 앞으로 나와 다른 사람, 특히 장애가 있는 분을 마주할 때 발전해 있을 내 모습이 기대됩니다. -이종혁
발달장애인을 이렇게 가깝게 만나고 대화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내가 무심코 할지 모를 말이나 행동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수업에 참여하며 경험한 가장 큰 변화는 그들이 내가 생각한 것만큼 다르지 않다는 거예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와 관심사가 비슷했고, 좋아하는 활동을 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모습에 오히려 내 삶을 돌아보기도 했죠. 발달장애인은 많은 것을 해내기 어렵고, 관심이 없을 거라는 생각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되었어요. 이분들과의 만남, 그리고 소통하며 감정을 나눌 수 있었던 경험이 매우 소중하게 느껴져요. -김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