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들에게 희망을]<下.끝>희망찾는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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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03-08-21 00:00 조회수5,965본문
[자폐아들에게 희망을]<下.끝>희망찾는 부모들
정성 다하면 충분히 사회적응
아버지, 나 월급 탔어!
발달장애(자폐) 3급 아들 명수(22.가명)씨를 둔 윤모(56)씨는 지난 4월 아들이 첫 월급을 탔을 때의 기쁨을 잊을 수 없다. 50여만원에 지나지 않는 돈이었지만 아들이 혼자 벌었다는 사실에 윤씨는 그동안 서류분류 작업을 연습시키면서 쌓인 설움이 한순간에 씻겨졌다고 한다. 물론 일자리 구하기가 쉬웠던 건 아니다. 윤씨의 노력으로 명수씨가 서류분류 작업에 익숙해졌으나 구직신청서를 낸 우체국과 구청에서는 번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몇번 좌절 끝에 명수씨의 성실함을 눈여겨 본 사회복지관 실장의 배려로 지금의 신일전기에 취직했다. 장애인을 처음으로 채용한 회사측은 명수씨가 착하고 성실하다면서 이후 자폐장애인을 몇명 더 뽑았다.
발달장애 2급인 임이건(22)씨는 서울 암사동 '믿음복지회'에서 일하고 있다. 사무보조원이지만 컴퓨터에 문제라도 생기면 복지회 직원 모두가 임씨만을 찾는다. 3년 전 처음 컴퓨터를 접한 뒤 매일 컴퓨터와 씨름하더니 어느새 사무실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컴퓨터 도사'가 된 것. 임씨가 이 곳에서 일하기 시작한 건 2000년 봄. 특수학교인 한국육영학교에 다니던 중 실습을 위해 이 곳을 찾았다가 정식 직원으로 채용됐다. 임씨는 한달 전부터는 중증 정신지체장애인인 이모(33)씨를 산책시켜 주는 일까지 맡고 있다. 임씨는 걸음걸이가 늦다며 이씨에게 짜증도 내지만 횡단보도 건널 때 뒤처지는 이씨를 위해 수신호를 보내며 달려오는 차를 막아준다.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도 윤씨와 임씨처럼 스스로 희망을 찾아가는 사례가 적잖다. 특히 자폐 자녀의 사회 적응을 위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아버지들의 '바짓바람'이 거세다.
대구자폐아사회성연구소 석인수(39.대구시달서구) 소장은 5년째 발달장애 아들인 다니엘(10)군을 키우면서 겪은 일을 일기로 쓰고 있다. 연구소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 일기에는 다니엘이 자폐로 진단받은 순간부터 그동안 느낀 좌절과 희망, 변화하는 다니엘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석씨도 자폐아 가정의 대부분 아버지들처럼 처음에 다니엘의 자폐를 인정하지 않았다. 아내가 장애인카드를 만들자고 했을 때 아이를 장애인으로 낙인찍는 것 같아 펄쩍 뛰었죠. 그런 그가 자폐아를 돌보고 치료법을 연구-개발하는 연구소장까지 됐다. 자폐증을 제대로 알려고 의학서적을 뒤적이다 천직으로 삼아온 선교사를 그만 두고 특수교육 석사과정을 밟으며 아예 전문가가 됐다. 석씨의 노력 덕분인지 다니엘은 7살 때부터 어느 정도 증세가 호전돼 지금은 비장애인 학생과 똑같이 일반학교에 다니고 있다. 제법 여동생에게 오빠 노릇도 하고 성적도 중상위권이다.
자폐아를 둔 아버지들이 아예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기도 한다. '계명복지회'는 20년 전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받던 자폐아 아버지 9명이 담당 의사였던 홍강의 교수 권유로 만든 모임이다. 아버지들끼리 아이들의 치료와 사회적응을 위한 정보를 나누고 어려울 때에는 서로를 위로한다. 코흘리개였던 아이들은 어느새 성인이 되어 버렸고 아버지들은 아이들을 품에서 떠나보낼 때가 다가왔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2년 전 사회복지법인을 만들어 서울 양천구에 아파트 두 채를 얻어 아이들끼리 모여 사는 그룹홈(공동생활가정)을 마련했다.
서울장애인복지관의 곽재복 실장은 자폐아 부모들에게 그룹홈이 희망이 되고 있지만 등록 절차가 까다로워 일부만이 혜택을 보고 있다면서 정부의 제도적, 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수미-김창덕기자 leolo@segye.com[세계일보 8/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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