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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4/18일자]푸른작업장 개소식 '우리도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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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01-04-19 00:00 조회수5,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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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지체 17명 "우리도 직장인"

◆사진설명 : 장애인들은 개소식이 끝나기 무섭게 첫 일감인 ‘우편물 발송 ’작업을 시작했다.
/이응종기자
자폐증으로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힘들었던 일란성 쌍둥이 김준·김호(가명·25) 형제에게 17일은 특별한 날이었다. 난생 처음 ‘직장’에 첫 출근한 날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직장은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 있는 ‘푸른작업장’. 이날 오후 3시 문을 연 ‘작업장’은 강동구 고덕동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직업재활훈련을 받던 장애인들의 부모들이 ‘십시일반’ 갹출해 만든 자립형 사업장이다. 장애아를 둔 17명의 부모들이 850만원 정도씩을 모아 마련한 30여평의 작업장이 이들의 직장이다.

이곳에 ‘취직’한 17명의 ‘작업장’ 직원들은 모두 중증 정신지체 장애인들이다. 짧게는 3년, 길게는 7년 정도 장애인 복지관에서 직업훈련을 받은 끝에 ‘취직’의 꿈을 실현한 탓일까. 평소 외부 사람과의 접촉을 꺼려하던 이들도 이날만큼은 활짝 웃었다.

김씨 형제도 “일을 하게 돼 너무 기쁘다”며 마냥 즐거워했다. 14분 차이로 형이 된 준씨는 컴퓨터를 곧잘 만지지만 자폐증 때문에 번번이 취업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김씨 형제 등 푸른작업장 소속 17명의 직원들이 앞으로 하게 될 일은 우편물 발송을 대행해 주는 ‘DM업무’. 손이 많이 가지만 그렇게 복잡한 작업은 아니라 정신지체 장애인들에게 알맞은 작업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은 일감이 많지않아 한 달에 6일 정도만 DM작업을 하고 나머지 날에는 간단한 전자부품 조립을 할 것이라 한다. 준씨는 “힘들어도 바쁜 게 좋은데…”라고 말했다.

어머니 정모(50)씨는 “그동안 한 명도 아닌 두 명의 자폐증 아들을 키우면서 겪었던 마음 고생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겠느냐”며 “이제 아이들이 일을 통해 보람을 느낄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개소식에 참석한 다른 부모들도 “항상 자식들을 물가에 내 놓는 것처럼 마음 편할 날이 없었는데 이제서야 한시름 놓게 됐다”며 기뻐했다.

정신지체 장애아를 자녀로 둔 부모들이 “아이들을 위한 회사를 직접 만들자”며 의기투합한 것은 지난 93년. 일반 회사에는 취직이 힘들고, 또 채용돼도 적응을 못해 곧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현실에 안타까워하던 부모들이 “누구에게 기대지 말고 우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자”며 뜻을 모았고, 여러 현실적 제약 때문에 우여곡절을 겪다 7년만에 숙원을 이루게 된 것이다.

‘푸른작업장 부모모임’의 이태영(58) 회장은 “아직 장애인에 대한 곱지 못한 인식 때문에 작업장 구하기가 그렇게 힘들었다”며 “당분간 매달 400만원 정도의 적자가 예상되지만, 영업이 어느 정도 제 궤도에 올라서면 수익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작업장 내 유일한 비장애인인 지도교사 고우현(여·24)씨는 “비록 정신지체 장애인이지만 일에 대한 열정과 순수함은 어느 누구보다도 소중히 한다”고 “앞으로 일감 구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 김기홍기자 darma90@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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